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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란트에 대한 다른 의미
작성자 황은실 작성일 03/09/27 (16:19) 조회수 4885

간암을 선고받고 힘들지만 남은 시간을 유용하고도 즐겁게 보내려고 하는 노신학자이신 김치영목사님은 아들이신 김동건 목사님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다. 성경 이외의 서적을 읽는 것은 좀 제한 해야 할 것 같다. 고려사를  좀 공부해 보고 싶었는데....   자연을 잘 묘사한 터너(J.M.W.Turner)의 그림을 보고 싶구나 터너 전집을 구해야 겠다. .....내가 지금 책을 구해 읽어서 무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니? 나는 이걸 통해서 무얼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항상 매 순간이 우리의 실존에 달려 있지. 그 순간의 깨달음, 그 자체를 사모해야 한다. 공부를 하며 그 효용을 따지는 것은 이미 '깨달음에 대한 순수한 열정' 외의그 어떤 것이다. 이것은 진리를 향한 바른 자세가 아니다." 이렇게 아버지와의 대화를 자주 갖으면서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 보냈던 아들 목사님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새로운 깨달음을 가지려는 자세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그의 저서 <빛 색깔 공기>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아직까지 접해 보지 못했던 달란트 비유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다음과 적어 놓으셨습니다.         --------------------------------------------------------------------------------------- 달란트 비유를 꼭 '봉사, 기여, 공헌'이라는 측면에서만 볼 필요는 없다. 또 달란트를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재능' 이나 '능력'으로 볼 필요도 없다. 즉, 인간이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모두 하나님의 형상을 가지고 타고 난 것이다. 인간의 '삶', 태어난 '생명', 이 자체가 무한 축복이요 달란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몇' 달란트, 혹은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런데 정작 달란트가 무엇인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달란트는 어떤 재능이 아니라 주님이 주신 '삶' 자체라고 생각해 본다. 하나님으로부터 우리 모두는 달란트라는 '생명'을 부여 받았다. 무와 흑암으로부터 생명이라는 축복을 받은 것에 비하면, 어떤 재능의 양이 다섯인지 둘인지는 작은 차이일 뿐이다. 우리는 하나님께 받은 이 생명을 통해 좀더 많이 배우고, 깨닫고, 찬양하며 살아야 한다. 같은 삶에서 '다섯 배'를 깨달을 수 도 있고, '두 배'를 깨달을 수도 있다. 이것이 다섯 달란트, 두 달란트의 의미이다. 주님이 주신 '생명'을 통해  배우고, 느끼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이것이 달란트를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통해 어떻게 활용할지는 그 다음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생명이 다하는 순간까지, 주님의 허락하심 속에서, 생명 속에 숨어 있는 모든 것을 찾아내고 꽃피우고 이를 통해 감사해야 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찬양을 배우고, 시 한편을 읽고, 또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을 위해 작은 봉사라도 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우리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사용하는 것이다.  무엇을 배워서 어떻게 써 먹을지만 생각하면서, 우리 생명을 통해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많은 것을 포기하는 자가 바로 달란트를 묻어 두고 있는 자이다. 호흡이 남아 있는 동안 좀더 느끼고 배우고, 좀더 웃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 좀더 기도하고 봉사하는 것, 그 자체가 우리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사용하는 것이리라.     김동건 저 <빛 색깔 공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