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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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예배찬양콘티(141116)
작성자 김영백 작성일 14/11/13 (12:46) 조회수 5196

금주(2014년 11월 16일)의 찬양콘티를 올립니다. 


 

내가 지금 사는 것(E major) 

날 구원하신 주 감사(A major) 

은혜로다(A major) 

교회여 일어나라(A major) 

여호와는 너에게(C major):하나님의 약속 


 

추수감사절을 준비하며 수능시험이 있는 주간을 보내면서 아주 오래된, 감사로 누린 은혜의 기억을 꺼내 봅니다. 


 

지금부터 약 22년 전 저는 대전소재 모 연구소에 재직 중이었습니다. 1984년 석사를 마치고 입사한 이래 1993년 1학기부터 근무위탁으로 박사과정을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습니다. 근무위탁이란 회사를 다니면서 일주일에 이틀의 시간을 학위과정을 위해 할애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박사과정을 공부할 학교로 부산에 있는 모교로 가기에는 너무 멀어서 연고가 없었지만 지역에 있는 대학교의 전자공학과로 진학하기로 결정하고 입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를 놓은 지가 오래되어서 시험 공부하는 것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원서 접수를 위하여 그 대학교의 원서접수처를 방문하였습니다. 그런데 원서 접수를 받던 사람이 제게 원서를 접수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이랬습니다. 저는 부산의 한 대학교에서 전기공학으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제가 박사과정으로 지원한 과는 전자공학과였습니다. 그러니 제가 전자공학과에서 수학을 하는 데 문제가 없을 런 지 전자공학과 학과장에게 확인 도장을 받아와야 한다는 것 입니다. 저는 적잖이  당황스럽고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대개 전기, 전자는 동일 계열로 전공을 통합하여 운영하는 대학도 많고 크게 수학하는 과목의 차이도 크지 않은데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어차피 시험을 통하여 선발할 텐데... 그렇지만 그 사람과 입씨름을 해서 해결될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할 수 없이 원서를 들고 전자공학과로 향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마음과 입술에 불평과 짜증이 나왔지만 그 당시 담임 목사님께서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을 선포하고 계셨기에 감사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이 편치 않아서 이렇게 감사를 했습니다.  


 

“추접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여기서 ‘추접다’는 말은 ‘더럽다’의 경상도 사투리로 왠지 모르게 마음이 찝찝하다거나 썩 내키지 않는 상황을 표현할 때 ‘치사하다’ ‘역겹다’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억지로 감사를 하면서 전자과 학과장을 찾아 갔습니다. 전자과 학과장께서는 저의 서류를 보고 별 문제가 없다고 선선히 대답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러면 도장을 찍어달라고 하자, 그런데 당신의 세부 전공 분야가 제가 학위과정에서 전공하려고 하는 세부 전공 분야와 다르므로 동일한 세부 전공을 한 교수에게 가서 확인을 받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제가 좀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전자과에 제가 전공하려는 분야의 세부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개설한 교수님이 두 분이 계셨는데, 그 중 한 분은 안식년으로 호주에 가 계셨고, 다른 한 분은 학교에 계셨습니다. 저는 두 분의 교수님 중에서 호주에 안식년으로 가 계셨던 분을 지도교수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현재 학교에 계신 다른 교수님을 찾아가서 수학 능력을 확인받되, 지도는 다른 교수님께 받겠다고 얘기를 해야 하니 저로서는 그 상황을 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상황을 학과장님께 설명 드리고 그 교수님과의 면담을 피하려고 했지만 말릴 겨를도 없이 전화를 하셨습니다. 그러니 그 교수님을 찾아 가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휴~ 왜 이렇게 상황이 꼬이지...ㅠㅠ) 


 

그 교수님을 찾아 가 다시 처음부터 제 소개를 하고 사정을 설명하고 지도교수에 관한 저의 입장도 양해해 주십사 말씀드렸습니다. 그러고 나니 그 교수님께서 공부는 많이 했느냐, 시험 준비는 잘 했느냐 등을 몇 마디 물어 보시더니 갑자기 일어나셔서 A4 용지 한 장을 갖고 오시는 것 입니다. 그리고 그 종이를 내게 내밀면서 하시는 말씀이 이것이 당신이 출제한 이번의 입시 문제라는 것 입니다. 거기에는 제가 세부 전공으로 선택하려고 하는 분야의 문제가 10개 적혀 있었습니다. 당시 그 학과에서는 4개 분야의 세부 전공을 같이 선발했습니다. 그래서 전공 입시 문제를 각 세부 전공 담당 교수들이 시험문제를 10문항씩 출제하면 입시 담당자가 그 각 세부 전공 별 10개의 문제 중에서 임의로 2문제씩 뽑아서 모두 8문제를 최종 시험 문제로 출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제가 세부 전공을 하려면 분야의 문제는 그 당시 제 눈앞에 있는 10개의 문제 중에서 2개가 나오고, 저는 반드시 그 문제들은 풀어내야만 그 세부 전공을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손이 조금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진정하고 빠르게 10개의 문제를 머리 속에 담았습니다. 그 문제들 중에는 제가 이미 공부한 것도 있었지만 그냥 가볍게 지나친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그 문제 용지가 제가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복사를 하겠다거나 적어 가겠다고 할 수 없고 다만 눈으로 그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확인 도장을 받고 그 방을 물러 나왔습니다. (방에서 나오자마자 방금 본 문제 10개를 얼른 적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를 적다보니 아뿔싸 1개가 생각이 나지 않는 것 입니다. 생각나지 않은 그 문제는 그때부터 출제위원의 눈을 가려서 출제하지 않도록 기도하였답니다. ㅎ) 


 

그리고 그제야 왜 원서 접수가 쉽게 되지 않고 그렇게 어렵게 빙빙 돌아야 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추접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라고 고백했던 제 입술의 고백을 이렇게 멋지게 갚아 주시다니...  


 

특별기도 중에 공부를 계속해야겠다고 결정하고 다시금 공부를 시작하려는 저에게 하나님은 전혀 예기치 않은 방법으로 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그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언젠가 하나님께서 쓰시기 위하여 공부는 시켜야겠는데 준비는 덜 되었고 그러니 하나님께서 비상한 방법을 준비하신 것 입니다. 그리고 힘들지만 감사를 입술을 열게 하셔서 그 열매를 보게 하신 것 입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감사는 우리를 은혜의 자리로 인도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준비해 놓으신 귀한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방편이 바로 감사인 것 입니다. 감사절을 앞두고 이런 감사가 우리에게 넘치기를 소망합니다. 힘들어도 어려워도 때로 조금 ‘추접다’고 느껴져도 억지로라도 감사를 풀면 하나님의 숨겨둔 섭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은혜를 누리는 한 주간과 감사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PS) 이것이 제 입시에 숨겨두었던 하나님의 방법의 전부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이것 외에 또 다른 방법도 준비해 두셨습니다. 그것은 기회가 되면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