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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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예배찬양콘티(140504)
작성자 김영백 작성일 14/05/01 (13:05) 조회수 6402

금주(2014년 5월 4일)의 찬양콘티를 올립니다. 


 

마음이 상한 자를(F major)
마지막 날에(G major)
성령이여 임하소서(C major)
이 땅의 동과 서 남과 북(C major)
허무한 시절 지날 때(C major) 


 

지난 부활절 새벽이었습니다. 새벽예배를 드리러 교회로 가기 위하여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는데 갑자기 ‘빠지직’ 하는 소리가 나는 것 입니다. 아뿔싸, 차를 빼다가 제 차 오른 편에 세워둔 산타페 승용차의 왼쪽 범퍼를 긁으면서 나온 것 입니다.ㅠㅠ 운전한지 20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그것도 부활절 새벽예배를 하러 가는 중에... 출장 가서 지갑 잃어버린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실수를 또 하나... 순간 별의별 생각이 다 나는 것 입니다. 그리고 가장 저를 아프게 했던 것은 숨기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 입니다. 당연히 내가 잘못한 것이고 범퍼의 두세 군데가 칠이 벗겨져 까만색이 들어났으니 제 책임으로 최소한 부분 도색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만... 그저 거의 본능적으로 몰래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입니다. 적어도 예수쟁이요, 교회의 장로요, 이러저런 도덕과 윤리를 지키며 성실하게 살아간다고 자부하던 제가...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너무 이른 시간이라 차 주인을 확인하고 연락을 취하는 것은 나중으로 미루고 교회로 향하였습니다. 부활절 새벽, 그 기쁘고 감사한 시간에 제 머리 속은 온 통 좀 전에 일어난 그 일을 어떻게 수습하지.. 하는 생각이 좀처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어떻게 차 주인을 확인해야 하나 하고 차를 지상 주차장에 대고 경비실로 가려고 하는 데... 제가 상처(?)를 준 그 차가 지하 주차장에서 나오는 것 입니다. 순간 반사적으로 얼른 그 차를 향하여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차를 세웠습니다. 당황해 하는 차 주인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아직 그 상황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사실 범퍼의 칠의 벗겨진 부분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차가 스쳐 지나간 흔적은 꽤 크게 나 있었는데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차를 움직였던 것 입니다. 제가 전적으로 잘못한 것이니 차를 수리하시면 모든 비용은 제가 대겠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거듭 거듭 사과를 드리면서...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셨습니다. 새벽에 양복을 차려 입고 한 손에 성경을 든 사람이 지나가는 차를 세우고 자신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접촉사고를 이실직고 하는 그 상황을...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기 그분도 산성교회를 다니시는 분이셨습니다.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헤어졌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동안 그 차를 볼 수 없었습니다. 연락도 없었구요. 그러다 금요일 철야 예배를 갔다 오니 그 차가 수리를 하지 않은 채 주차된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토요일 오전 그분들에게 연락을 취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많이 미안해하면서 그냥 탈까도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보기가 좀 흉해서 그냥 탈 수는 없을 것 같고 가까운 카센터에 가서 간단히 조치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 지 물어 보려고 하려던 참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하상구 안수집사님께 연락을 드려서 그 차의 수리를 부탁드렸고, 하집사님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차 수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하집사님! 감사합니다.^^)   


 

처음 접촉사고가 났을 때 제 맘속에 있던 여러 불편했던 감정들과 생각들은 그분에게 모든 사실을 얘기하고 돌아서는 순간 모두 떠나가고 비로소 제 맘속에 평안함이 회복되었습니다. 아무리 제 맘 속 한 구석에서 숨기고 싶다고 했더라도 결국 그 사실을 숨기지는 않았겠지만,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는 제 맘에 평안이 없었습니다. 아마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던 죄를 숨기고 싶어 하는 본성이 제 마음의 평안을 빼앗아 간 것 같습니다. 아무리 굳게 결심했다 하더라도 조금의 틈만 있으면 언제 저를 또 넘어뜨릴지도 모르는 그 질긴 죄의 본성이 끊임없이 ‘숨길 수 있어’, ‘피해갈 수 있어’, ‘잘하면 적당히 넘어갈 수 있어 본 사람도 없는 데...’라고 저를 흔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얘기를 하고나자 비로소 마음에 평안이 임하였습니다. 죄를 숨기려고 하면 이처럼 우리의 맘과 영혼에 참 평안이 있을 수 없을 것 입니다.  


 

사실 돌이켜 보면 이번 일은 이렇게 처리하였지만 그동안 크고 작은 일들을 처리함에 있어서 사소한 허물과 잘못을 숨기고 적당히 속이고 눈감고 살아 온 결과가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아픔의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내가 하나님의 자녀답게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오지 못한 그 결과가 우리 모두를 아프게 하는 이런 상황으로 우리를 이끌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당장 손해 보는 것 같고 바보스러워 보이고 순진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것 같아 보인다 할지라도 우리 아버지 하나님과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자녀로서의 자존감과 자긍심을 잃지 않도록 매 순간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분명히 믿는 것은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아도 영원히 손해 보지 않습니다. 당장은 바보 같아 보여도 말씀을 따른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세상 사람들의 어떤 처세술보다 가장 뛰어난 지혜임을 인정하게 되는 날이 분명히 올 것 입니다. 돈이 전부인 것처럼 돈을 잃으면 마치 큰일 날 것처럼 돈만 쫓는 사람들에게 비록 순진하고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들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돈보다 귀한 가치와 의미를 쫓아 사는 사람이 가장 고상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임을 인정하는 날이 분명히 올 것 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오늘을 남과 다르지만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늘백성의 자존감을 지키며 책임감 있게 이 땅을 살아가기 원합니다.  


 

오늘부터 5월 6일까지 6일간의 연휴가 시작됩니다. 5월 1일은 노동절이라 쉬고, 5월 2일은 징검다리 휴일에 낀 죄(?)로 쉬고, 토요일은 파란 날이라 쉬고 그리고 3일간은 빨간 날이라 쉬고... 오랜만에 본의 아니게 긴 휴가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ㅋ 집에서 쉬면서 책도 보고 가벼이 산책도 하고 체력도 보충하고 그러게 지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