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란노부부학교에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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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영택 | 작성일 11/10/21 (13:45) | 조회수 5752 |
(한겨례 10월 14일 29면에서)
유교적인 관념이 강한 종갓집 장손으로 제사와 각종 집안 행
사가 한 달에도 수차례였다. 그럴 때마다 힘들어하는 아내를
위로하기는 커녕 “최상의 것으로 준비하라”고 잔소리를 하거
나 “부모님 모시고 사는 제수씨가 더 힘들다”며 화를 내는 속
좁은 남편이었다.
퇴근 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고함
을 쳐 놀라 방으로 들어가게 해 놓고선, 나 혼자 리모컨을 누
르며 거실에서 빈둥대던 한심한 아빠였다.
처음 지인의 소개로 등 떠밀려 가게 된 부부학교에서 아내의
두 손을 마주 잡고 두 눈을 바라봤을 때는 너무나도 어색해 눈
길을 돌렸었다. 그런데 아내의 두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며 가슴 깊은 상처를 느낄 수 있었다. 볼을 맞대며 포옹 할
때 그동안 아내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공감하게 되었다.
아내는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내가 10년만 살고 안 산다,
안 살아” 하며 내가 변하길 원했다. 난 내 기준을 세워놓고 아
내의 생각이 틀렸다고 지적하며 갈등만 부추겼다. 강의를 들
으며 진작 아내의 말에 공감해주지 못했음을 후회했다.
유언장 쓰기를 하면서 아내와 가족과 함께했던 지난 날이 얼
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를 느꼈다. 부부싸움을 했어도 남들
앞에서는 행복한 척하는 체면 문화가 내게도 깊이 뿌리박혀
아내와 자녀를 힘들게 했음을 고백했다.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집안 청소를 열심히 해놓
은 아내가 정리를 하지 않는 내게 왜 짜증을 내는지 이해하게
되면서 욕실을 나설 때 물청소도 하고, 집안 정리도 잘하게
되었다.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배우자의 성격 차이만 운운하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무늬만 부부’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문제를 껴안은 채 집안에만 갇혀 있지 말고 부부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내밀어보길 바란다.
[낮은목소리] 나는 속좁은 남편이었소 / 이성수/두란노아버지학교 부부학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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