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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와 한자 -- 記(글 기)
작성자 이승란 작성일 11/09/03 (17:48) 조회수 4903

 

 이 성경이 곧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니라 -- (글 )

 

한자에는 여러 가지 기록, 혹은 일정한 문장의 형식을 뜻하는 ()라는 글자가 있습니다. 가 글의 형식을 나타낼 경우에는 주로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관해 기술한 글이나, 기행문 류의 문장을 가리킵니다. 의 형식은 대체로 산문으로 쓰여지는 경우가 많고, 주제의 기술과 더불어 저자의 감정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엮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 일본 등 한자를 사용하는 나라들의 성경을 보면 모세오경(torah)과 사사기(士師記), 룻기, 욥기, 열왕기(列王記) 등의 책들은 위에서 설명드린 바, 일반적인 라는 글의 성격이나 형식에 딱히 들어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제목에 공히 자를 붙이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구약성경 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크다 할 모세오경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하나도 빠짐없이 그 제목에 자를 붙여 두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된 것이 그저 단순한 우연은 아닐 것이므로 성경을 읽는 분들은 자가 정확히 어떠한 의미의 글자이며, 왜 모세오경은 모두 자를 붙여 이름하였는지에 대해 알아 둘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이 를 파자(破字)하여 그 참된 제자적(製字的) 의미와 어원을 찾아 보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형성자나 회의자로 이루어진 한자는 글자를 분해하여 각 기초자(부수 혹은 낱자)의 의미를 연결하여 보면 그 글자를 만들 때에 표현하고자 한 바, 즉 제자적 의미를 유추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자전에 나타난 의 자훈을 보면 , 기록, 기록하다, 기억하다 등이 있습니다. 

 

   =      +  

 

1. (말씀 )말하다, 말씀, 우뚝하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2. () 자기, , , 다스리다 등의 뜻을 가집니다.

 

위의 파자식(破字式)에 의하면 ()자기()말하는() 으로 풀어집니다. 

 

한편 성경은 요한복음 5:39너희가 성경에서 영생을 얻는 줄 생각하고 성경을 연구하거니와 이 성경이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것이니라”라 하고, 누가복음 24:27이에 모세와 모든 선지자의 글로 시작하여 모든 성경에 쓴바 자기관한 것을 자세히 설명하시니라”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경은 친히 예수님께서 ‘모든 성경이 에 대해 증언하는 것이다.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신 것을 명백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예수님 당시에는 신약성경이 아직 기록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그때에 예수님께서 성경이라고 지칭하신 것은 당연히 모세오경(율법서)을 비롯한 구약성경만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아담, 노아, 아브라함, 이삭, 모세, 다윗 등등 대개의 중요한 인물들은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인물들로서 오실 그분의 캐릭터와 그분의 행하실 일을 은유와 상징으로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또한 구약에 기록된 많은 사건들의 전체적인 내용도 결국은 신약에서 이루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에 귀결되는 것으로 이를 암묵적으로 예시하고 있습니다.( 3:7, 10:1) 그러므로 모세의 율법과 선지자의 글과 시편 등으로 구성된 구약성경의 모든 은 전체로 오실 분(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장차 이루실 것( 24:44)에 관해 증언하고 있는 책으로 예수님께서 친히 밝히셨듯이 ‘자기에 대해 말씀하고 있는 ’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는 놀랍게도 위의 파자식에서 본 바 ‘자기()말하는() ’이라는 뜻의 의 제자적 의미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므로 는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모세오경을 비롯한 구약성경의 모든 에 대하여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하신 말씀을 형상화하여 하나의 글자로 표기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구약성경과 짝하여 완전한 성경을 이루는 한 축인 신약성경은 예수님께서 친히 세상에 오셔서 성경대로 이미 이루신 십자가 구속사역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역들을 기록함과 더불어 장차 구속사역의 완성을 위해 또 다시 그분께서 행하실 일들에 관해 말씀한 것이기도 하므로 이 또한 예수 그리스도 자신()에 관한 말씀()기록()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는 본래 세상의 모든 글들 중의 참 글이며, 모든 기록들 중의 참 기록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말씀하고, 증거하는 , 구약성경 모두를 표현하는 글자로 만들어져 , 기록, 기록하다 등의 뜻을 갖게 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애초에 한자 문화권의 사람들을 위해 성경을 번역하신 분들이 구약성경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모세의 글, 즉 창세, 출애굽, 레위, 민수, 신명에 모두 자를 붙여 이름한 것은 그분들이 자의 정확한 성경적 유래를 인식했었는가에 관한 여부에 상관없이 지극히 당연하고도 적절한 번역이었다 하겠습니다. (이에는 필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는 ‘기억하다’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여호와께서 너희는 내가 호렙에서 온 이스라엘을 위하여 내 종 모세에게 명한 법 곧 율례와 법도를 기억하라”( 4:4)라고 말씀하신 바와 같이 사람이 마땅히 기억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세상의 다른 그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모세와 선지자로 말미암아 주신 율례와 법도를 비롯한 하나님의 모든 말씀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게 대하여 증언하는 이로다”라고 말씀하신 성경기억해야 함(벧후 3:2)에 관련이 있다 하겠습니다.

 

~ 이병구 저 『그리스도와 한자』 중에서 인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