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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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백 | 작성일 11/05/27 (14:05) | 조회수 3327 |
저는 지금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금요일의 아침을 맞고 있습니다. 노트북의 CD 플레어에서는 송솔나무의 플롯 연주가 작은 호텔방을 가득 채우고 창밖으로 보이는 이곳의 하늘은 마치 한국의 가을 하늘처럼 푸르기만 합니다.
지난 화요일 오후 비행기를 타고 이곳에 도착하여 사흘 째 맞고 있는 아침입니다. 이곳은 마침 백야(White Night)를 볼 수 있는 연중 피크 시즌이라 대한항공이 운행하는 직항을 타고 여느 때와 달리 편안히 올 수 있었습니다. 이곳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밤 10시를 넘겼고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11시가 넘었지만 그냥 좀 늦은 오후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굳이 시간을 확인하지 않는다면... 어찌 되었거나 긴 여행 끝에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였는데... 참 이상하지요. 집에 있을 때는 그렇게 새벽에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었는데 출장을 와서는 첫발부터 매일 어김없이 새벽 5시면 눈이 떠지니 본의 아니게 아주 부지런한 새벽형 사람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번 출장에는 필요에 의해서 통역 한 사람을 구했습니다. 러시아어 외에 독일어만 할 줄 아는 이곳의 대표와 한국어 외에 영어만 할 줄 아는 우리의 대표가 독대하여 서로 얘기를 하자니 달리 방법이 없어서 급히 통역을 구했답니다. 고려족 5세인 김 이반(Kim Ivan)이라는 청년이었습니다. 이반이라는 이름은 성경에 나오는 ‘요한’의 러시아식 이름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사람이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웠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에서 3년간 신학교를 졸업하고 이곳에 와서 교회를 개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몰론 이곳의 사정 상 전적으로 목회만 하고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이곳 러시아 현지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러시아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고 그 외에 여러 사업도 하면서 이곳의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선교활동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업무 상 만난 것이라 다른 얘기를 할 기회는 없었지만 하나님께서 준비하시고 곳곳에 심어 두신 사람을 만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매일 읽는 아침 읽던 구약 성경이 이곳에 와서 여호수아서를 지나고 있습니다. 여호수아의 가나안 정복기는 여호수아를 높여 주시고 이스라엘의 전쟁 상대인 가나안 족속의 기를 완전히 꺾으신 요단강 건너기와 믿음으로 행하는 적진 코앞에서의 할례식, 불가능해 보이는 철옹성을 하나님의 방법으로 정복하는 여리고에서의 승리, 그리고 가벼이 보이는 아이성에서의 뼈아픈 실패로 이어집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도 가벼워 보이는 문제도 믿음의 사람들에게는 하나님 그 분을 의지하고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어쩌면 가볍게 느껴지는 정말 손쉬워 보이는 문제 앞에서도 하나님 그 분의 능력과 임재를 인정하고 사모하며 그분의 도우심을 구하는 겸손함이 우리가 갖추기 더욱 힘든 믿음의 자세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제로 이곳에 출장을 온 큰 목적 중에 하나를 이루었습니다. 이제 내일 토요일 저녁 11시 50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의 남은 일들도 방심하지 않고 겸손히 좋으신 아버지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며 지내려고 합니다. 언제나 나의 힘이 되어 주시는 좋은 그 하나님을 의지합니다. 사랑합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을 대하던지 누구를 만나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