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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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예배찬양콘티(110501)
작성자 김영백 작성일 11/04/27 (21:45) 조회수 3320

금주(201151)의 찬양 콘티를 올립니다.

시작됐네(A major) : 은혜로다

너 근심 걱정 말아라(A major)

어저께나 오늘이나(Bb major)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Bb major)

 

토요일에 하는 저의 집안일은 집안 청소와 화초에 물을 주는 일입니다. 그것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저의 집안일입니다. 지난 토요일이었습니다. 그 날도 여느 토요일처럼 집안 청소를 하고 베란다의 화분에 물을 주고 거실에 있는 화분들은 목욕탕으로 옮겨서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여느 때 같으면 목욕탕에서 충분히 물이 빠진 후에 다시 거실의 화분대로 옮기는 작업을 합니다. 꽤 시간을 두고 하는 작업이지요.

그런데 지난 토요일에는 오후에 저희 목장의 심방이 잡혀 있어서 오후 4시부터 다른 목원들의 집을 심방하고 나서 저희 교구 담당이신 강상원 목사님과 다른 심방 대원들과 거의 같이 집으로 오게 되어 있어서 미리 화분을 꺼내 놓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청소를 시작하기 전에 미리 화분에 물을 주고 청소를 다 끝냈지만 여전히 화분에서는 물이 많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 끝에 화분대를 목욕탕으로 가져와 목욕탕 앞에 놓인 발받침 위에 놓고 화분을 그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발받침을 천천히 당겨서 화분을 제자리로 옮겼습니다. ‘나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하고 으스대며 두 번째 화분을 옮겨 놓는 작업을 착수했습니다. 그 화분만 옮겨 놓으면 모든 일이 끝납니다. 그러면 씻고 옷을 갈아입고 이발소에 들렸다가 교회의 결혼식에 가면 됩니다. 그런데 아뿔싸 발받침을 살며시 당기는 순간 갑자기 벼락 치는 소리와 함께 화분이 꽈당 넘어지면서 박살이 나고 말았습니다.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청소 한 거실 마룻바닥에 깨어진 화분 조각들, 흙과 함께 화분에 있던 나무가 숨겨두었던 뿌리를 들어내고 장열하게 누워있는 것 입니다. ! 이럴 수가... 이것을 어쩐다... 집안에는 도와 줄 사람도 없고... 사고 쳤다고 집사람에게 전화할 수도 없고.. 화분 깼다고 혼날 텐데...

그래서 일단 사태를 수습하고 완벽히 현장의 증거를 없애기로 결심했습니다. 일단 화분을 대신할 플라스틱 통을 찾아 나무를 수습해 담았습니다. 그 다음 깨진 화분과 남겨진 흙, 스치로폼 등을 쓸어 담아 일단 비닐봉지에 담았습니다. 그 다음 걸레를 빨아서 마루를 깨끗이 닦고 걸레를 빨아 널었습니다. 흙을 쓸어 담을 때 썼던 빗자루와 쓰레받기도 빨아서 햇빛에 잘 마르도록 베란다에 두었습니다. 흙탕물이 밴 발받침도 빨아서 널었습니다. ( 그리고 샤워를 하기 전에 몸무게를 재보니 평소보다 약 2kg이나 빠졌습니다.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플라스틱 통에 든 화분을 들고 동네에 있는 화원에 가서 새 화분에 그 나무를 심어 주도록 부탁을 하고, 쓰레기봉투를 사서 깨어진 화분을 버리고 교회를 향하여 갔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이발을 핑계로 다시 집에 와 화분을 찾아서 제자리에 갖다 놓고 플라스틱 통을 씻어서 다용도실에 엎어 놓고 빗자루도 다시 원위치에 갖다 놓고...

완벽했습니다저녁에 심방을 받고 주일을 지나고 월요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집안 식구 중 누구도 화분이 바뀐 사실을 눈치 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재미가 좀 없어졌습니다. 월요일 아침 식사를 하면서 토요일에 있었던 저의 무용담(?)을 식구들에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사랑스런 아내의 반응은, ‘수고했네... 어찌되었던 내 돈(화분값, 쓰레기 봉투값)은 안 들어갔으니 됐고...’ ‘바뀐 화분이 더 멋있네, 나무도 잘 심었고...’

한 바탕 해프닝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그런데 묘한 것은 그날 이후 집에 있는 많은 화분 중에 유독 그 놈에게 제 눈길이 자주 갑니다. 예뻐 보이고 대견해 보입니다. 무엇이든 수고가 담겨진 것, 땀과 눈물이 배어 난 것, 힘들게 이룬 것들은 분명 다른 가치로 우리에게 다가 옵니다. 적당히 수고하고 쉽게 얻은 것은 그리 중하게 여겨 지지 않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어렵게 힘들게 수고로이 얻은 것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습니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하나님 아버지께 얼마나 귀한 존재일까? 나는 내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나? 내가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 주간도 주님을 위해 남달리 시간을 쓰고 몸을 드리는 행복을 마음껏 누리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