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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보 아버지학교 기사입니다.
작성자 임영택 작성일 09/04/14 (13:12) 조회수 3813

(자료출처 : 대전일보 4월 6일자)  (아버지학교 대전30기를 수료하신 분의 글입니다)  

아버지 학교

지난 4일 늦은 저녁 대전 동구의 한 교회. 진청색 바탕에 흰 세로줄 무늬가 들어간 셔츠를 입은 154명의 남편들이 아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아내의 두 발 앞에는 따뜻한 물이 담긴 작은 세숫대야가 놓여 있었다.   

남편들은 마음의 깊은 상처처럼 갈라지고, 굳은살 투성이인 아내의 발을 닦아주면서 하염없이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아내들 역시 결혼 후 처음 느껴보는 남편의 따뜻한 손길에 감동의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세족식(洗足式)이 끝난 뒤 154쌍의 부부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덩어리가 됐다. 그리고 서로 고백했다. “그동안 미안했어. 앞으로는 정말 사랑만 주는 아버지이자 남편이 될게.” 대전두란노아버지학교 제30기 154명의 수료식은 그렇게 끝을 맺었다.   

5주전 아버지 학교 입교를 할 때만 해도 많은 아버지들의 얼굴에는 짜증과 불만이 가득했다. “내가 잘못 한 것도 없는데 왜 아버지학교를 가라는 거야. 나 보다 잘 하는 남편이나 아버지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아버지학교는 문제 있는 아버지들이나 다니는 교화 교육기관일 것이라는 생각 탓이었다.   

하지만 매주 토요일마다 5시간30분씩 강행군(?)을 하면서 아버지들은 놀라운 변화를 겪게 된다. 밖에서 열심히 돈 만 벌어주면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교육을 받으면서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버지들은 난생 처음 아내에게 편지를 써 보고, 자녀와 따뜻한 포옹(허깅)을 하면서 가족 속에 중심축 역할을 하는 진정한 아버지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두란노아버지학교 캐치프레이즈는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이다. 이 시대 모든 문제의 근원은 가정을 바로 세우지 못한 데 있다는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권위주의적이고, 가정에 무관심한 숱한 가면을 벗어 던지고,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고, 사랑으로 보듬어 안는 아버지가 되어 보자. 자식들에게 부모의 아름다운 뒷그림자를 물려주는 것만큼 최고의 선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