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한밭교회에서 열린 김석균 찬양 콘서트에 다녀왔다.
좁다란 대전에 세워진 교회치고는 상당히 큰 교회였다.
개선문같은 외곽과 모양을 하고있어 조금은 특이한 인상을 주는 새하얀 교회였는데
교회 전면에는 얼핏 보면 스테인드 글라스같은 성화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네온전광으로 이뤄진 그림이어서 고전을 어설프게 이어가는 현대의 느낌이 났다.
콘서트 시작 30분 전인데도 사람들이 와글와글,
괜찮다 싶은 자리는 죄다 차버려 같이 간 일행 모두 이리저리 방황했다.
얼결에 인상 찌푸리며 엄마 쫓아가다가
무대 맨 앞, 의자도 아닌 은박 돗자리 가운데에 쪼그리고 자리잡아 앉게되었는데,
이렇게까지 극성으로 불쌍하게 앉아서 구경해야하나 스스로 처량맞게 느껴졌다.
그래서- 뒤로 가려고 엉거주춤 일어서 뒤를 돌아보니
이런, 어느사이에 복도까지 사람이 꽈악 들어차 옴짝달싹 못하게 되어버렸다.
찬양이 시작되고,
속으로 투덜투덜 했던게 미안할 정도로
내가 자리잡은 자리리가 너무나 좋아서 vip석이 바로 여기구나, 운도 좋지 싶었다.
아- 노래하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하나같이 아름다운지.
홀딱 반해버렸다.
더군다나 찬양곡들은 부드럽고 기쁨이 넘치고 환한 분위기라서
더더욱 빠져버리고 말았다.
역시 사람은 타고난 외모와 상관없이
무엇을 하느냐, 무엇을 마음에 담고있느냐에 따라 폼새와 얼굴빛이 달라지나보다.
저렇게나 귀하고 환하고 밝은 모양으로 나도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 아주 간절해졌다.
손재석씨, 남자인데도 늘씬한 맵시로
사근사근 포근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으로 찬양첫곡을 열었는데
사분사분한 느낌이 드는 사람에게 왜이렇게 마음을 빼앗기는지
참, 찬양곡보다도 엉뚱한데 한눈 팔 뻔 했다.
에이맨, 옹기장이 선교단들의 화음이 멋졌다.
- 특히나 늘 팀원끼리 화음을 맞추는 그 순간이 어찌나 정겹고 사랑스러운지
나에게는늘 부럽고 부러운 자리이다.
장윤영, 이정림 여성 보컬(?)분들은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강한 주님의 힘을 쏟아내는듯해서 감탄, 또감탄.
어떻게 호흡하나 뚫어지게 배와 목, 얼굴들을 살폈으나
별로 힘든 기색도 변화도 없이 마법처럼 큰소리가 울려나와
그저 부러움의 한숨만 나왔다.
라브르드 비라는 아프리카의 흑인 찬양팀도 와서
아주 색다르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단단하고 둥근 표주박을 작은 조가비가 조랑조랑 매달린 그물에 살포시 엉겨놓아서
손잡이를 잡고 살짝 흔들어 주기만 하면 차랑차랑 힘찬 소리가 나는 악기와 전통 북으로 흥을 돋구었다.
별달리 요란하게 요동하는 춤이 아닌데도
들썩들썩 엉큼해보이면서도
귀여운 아프리카 원주민 같은 춤동작으로
정말 신나고 색다른 찬양을 불렀다.
"무심한듯 시크하게" 무표정한 얼굴로 춤을 추니
묘하게 더욱 흥겨웠던점도 색달랐고.
우리도 덩달아서 분위기에 맞춰 춤추고 노래하고, 정말 잘-놀았다는 느낌.
가장 인상깊었던분은, 김종찬의 '사랑의 종소리'.
웬 젊은 아저씨가..고요하면서도 순간 날아오를듯한 그런 미성으로 부르는데,
진짜 천상의 목소리가 이런거구나, 천국이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노래는 순간 대기에서 사라져 버리지만 영혼의 기쁨이 담기면 듣는사람에게는 영원이 된다.
그리고 또 다시 불려지고 다른이가 듣게 되고.
나는, 그렇게 노래할 수 있을까?
혼자서는 종종 그런 순간을 맛보지만
다른사람 앞에서도 그렇게 노래하고 있는걸까?
실력보다도 기교보다도 어떠한 완벽함 보다도
부르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
하지만 형편없는 실력이 부르는 사람을 창피와 부끄럼으로 덮어씌워 버리니
남앞에서 못하더라도 부끄럽지 않기 위해 최선의 연습이 필수인가보다.
적어도, 나는 할 도리를 다했습니다, 라고 말할수 있게.
아니, 복잡한 논리는 다 접어버리고
그저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의 기쁨과 빛을 잃어버리지 않게 기도하자.
- 어떤이의 블로그에서 퍼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