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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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 ※
작성자 유보라 작성일 04/05/23 (15:54) 조회수 3390

멋진 정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정원에는 아름다운 각종 꽃과 나무가 가득했지요. 그 안에 들어가는 사람은 누구나 그 향기와 아름다움에 도취되곤 했습니다. 정원의 가운데에는 자그마한 분수가 있었고 거기서 생명의 물처럼 맑고 시원한 물이 샘솟았습니다. 그곳을 둘러쌓아 네 개의 구역으로 각기 다른 꽃이 심어져 있었지요. 그리고 다시 그 주변에는 낮고 높은 나무들이 둘러쌓고 있었습니다. 누가 보아도 정말 손질을 잘 해두었음을, 정말 부지런한 누군가가 이곳을 관리하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정원사를 칭송했지요. 그의 창의력과 근면함과 또 세심함에 모두가 입이 닳도록 칭찬했습니다. 그런데 그 정원사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거죠. 그렇게 훌륭하게 정원을 가꿀 수 있는 사람이 건강이 좋지 않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모두가 그를 걱정해주었지요. 그의 덕택에 항상 그곳에 갈 때마다 기쁨과 좋은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건강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약도 먹어보았고 운동도 해보았습니다. 좋은 생각도 해보았죠. 그러나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의 건강은 날이 갈수록 나빠만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정원에 찾아왔습니다. 이 사람은 우연히 길을 가다가 훌륭한 정원이 있는 것을 멀리에서 보고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정원사도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었지만, 이 사람 역시 회색 머리와 흰 수염이 나이를 말해주었습니다. 그 노인은 정원을 죽 둘러보았습니다. 이곳 저곳을 감상하면서 향기와 아름다움을 즐겼지요. 그러고는 그 정원을 가꾼 정원사가 정말로 뛰어난 정원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노인이 정원사를 만나보려고 주변을 둘러보는데, 정원사가 나타났습니다. 웬지 그 노인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던 거죠. 정원사는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노인이 말했지요. "당신은 정말로 아름다운 분이군요." 정원사는 깜짝 놀라면서 물었습니다. "정원이 아름다운 게 아니고 제가 아름답다구요?" 그러자 노인이 대답했지요. "물론입니다. 이 정원의 꽃과 나무들, 또 그 배치와 그 모든 것들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습니다. 저 꽃잎들을 보세요. 그 색과 또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찾아오는 곤충과 사람 들을 보세요. 이곳이 아름다운 곳임은 누구나 다 알 겁니다." "정원이 아름다운 거야 저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점이지만... " "여기에 있는 이 꽃과 나무들이 그토록 아름다운데 <인간>인 당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말씀인가요? 이 모든 것을 이토록 아름답게 만든 것은 바로 조물주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조물주가 만든 모든 것들 중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하고 가장 위대한 존재입니다. 그런데 당신이 아름답지 않다는 말인가요?" "인간이기에 아름답다....?" "그러믄요. 꽃이 아름답고, 나무가 싱그러운 것은 거기에 신의 생명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은 모든 것들 중에 가장 신의 생명이 많이 깃들어 있는 존재지요. 가장 신의 사랑을 많이 받은 존재지요. 그러니 마땅히 아름다울 수 밖에요." "저는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이곳에 오는 모든 사람들은 저에게 정원이 너무나 훌륭하다고 칭찬하면서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누구도 제가 그 정원보다 더 아름답다고, 또 그것이 이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해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저는 한 번도 제 자신이 이 꽃과 나무들보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아닙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가장 큰 사랑을 받아 마땅한 존재입니다. 또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어요." "아..... 제가 그토록 아름다운 존재였다니. 저는 이제껏 왜 그것을 몰랐을까요? 늘 아름다운 꽃과 나무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더 가까운 곳에 진정으로 아름다운 무엇인가가 있다는 점을 왜 알지 못했을까요...? 이제부터라도 그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아끼고 소중하게 해야겠군요." "그래야지요. 다시 말하지만,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그걸 잊지 마세요. 그러면 이 정원은 더더욱 아름다움으로 가득해질 것입니다." 말을 마친 노인은 조용히 사라졌다. 정원사는 노인의 말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내가 이 아름다운 꽃과 나무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라니..." 몇 달이 지났다. 노인의 건강은 눈에 띠게 좋아졌고 얼굴에는 빛이 났다. 그리고 정원에도 뭔가 새로운 빛이 흘렀다. 그곳에 찾아오는 사람 모두가 그 빛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사랑>의 빛이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