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빈자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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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영택 | 작성일 03/01/30 (15:07) | 조회수 5325 |
사랑하는 한밭제일교회 성도님 여러분!! 할렐루야!! 안녕하세요!! 주님안에서 여러 성도님들을 사랑합니다.!! 오랫만에 제가 감동받았던 글 한편을 올립니다. 아마 여러분들께서 이미 보셨으리라 생각하지만... 작년 5월 가정의 달에 한밭제일교회에 오셔서 집회를 인도하신적이 있으신 추부길가정사역소장님께서 집회시에 읽어주셨던 글입니다. 이 글에 나오는 아들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으며, 2003년 금년에는 중학교에 진학한다고 하더군요...가족은 현재 평택에서 살고 계신답니다. 저는 이글을 읽을 때마다 흐르는 눈울을 훔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강하게 느끼곤 합니다. 사랑하는 성도님 여러분!! 우리 모두에게 즐겁고 행복하신 설 명절이 되시길....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샬롬!! 4교구 3구역 임영택 진선희 부부드림 -------------------------------------------------------- <아내의 빈자리> 아내가 어이없는 사고로 내 곁을 떠난 지 4년. 밥할 줄 모르는 아이와 남편을 두고 떠난 아내의 심정이 오죽했을까만, 난 나대로 아이에게 엄마 몫까지 해주지 못하는 것이 늘 가슴 아팠다. 언젠가 출장 떠나기 위해 이른 새벽 아이에게 아침밥도 챙겨주지 못하고 서둘러 집을 나선 적이 있었다. 전날 먹다 남은 밥이 조금은 남아있기에 계란찜을 얼른 데워놓고 잠이 덜 깬 아이에게 대충 설명하고 출장지로 내려갔다. 전화로 아이의 아침을 챙기느라 일도 하는 둥 마는 둥했다. 그 날 저녁 집에 돌아 온 나는 피곤한 몸에 저녁밥 걱정은 뒤로한 채 방으로 들어와 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 그 순간 "푹!"소리를 내며 빨간 양념국물이 침대보와 이불에 퍼지는 게 아닌가? 뜨거운 컵라면이 이불 속에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 녀석이..! 나는 옷걸이를 들고 달려가 장난감을 갖고 놀던 아이의 등과 엉덩이를 마구 때렸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이불은 누가 빨라고 장난을 쳐, 장난을!" 그때 아들의 울음 섞인 몇 마디가 나의 매든 손을 멈추게 했다. 아들의 얘기로는, 밥솥에 있던 밥은 아침에 먹었고, 점심은 유치원에서 먹었는데, 저녁때가 되어도 아빠가 오질 않아, 싱크대 서랍에 있던 컵라면을 찾아 끓여 먹었다는 것이다. 가스렌지를 만지면 안 된다는 아빠의 말이 생각나서 보일라 온도를 '목욕'으로 누른 후 데워진 물로 라면을 끓여서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이불 속에 넣어두었다는 것이다. 아빠 라면이 식을까 봐. 친구에게 빌린 장난감 때문에 아빠에게 얘기하는 걸 깜박 잊었어요. 잘 못했어요..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싫어 화장실로 뛰어들어간 나는 수돗물을 크게 틀어놓고 소리내어 울었다. 한참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나와서 우는 아이를 달래 약을 발라주고 잠을 재웠다. 라면국물에 더러워진 침대보와 이불을 치우고 아이 방을 열어보니, 얼마나 아팠던지 자면서도 흐느끼고 있지 않는가. 엄마의 사진을 손에 쥔 채.. 일년 전 아이와 그 일이 있은 후, 난 나대로 아이에게 엄마 몫까지 하느라고 꽤 신경을 썼다. 아이는 이제 일곱 살. 얼마 후면 유치원을 졸업하고 학교에 간다. 아이는 티 없이 맑게 커 가는 것 같았는데, 얼마 전 아이에게 또 한 차례 매를 들었다.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아이가 유치원에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너무나 떨리는 마음에 조퇴하고 돌아와 여기 저기 찾아 봤지만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온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이름을 부르며 애타게 찾다가 동네 문방구 오락기 앞에서 아이를 만났다. 너무나 화가 나서 나는 아이를 때렸다. 그런데 아이는 한 마디의 변명도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날은 유치원에서 엄마들을 모시고 재롱잔치를 한 날이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아이는 유치원에서 글을 배웠다며 자기 방에서 꼼짝 않고 글 쓰는 일에 열심이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며 하늘에서 아내가 미소짓고 있을 생각을 하니 나는 또 가슴이 저려왔다. 그렇게 일년정도의 시간이 흘러 겨울이 되었다.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롤이 흘러나올 때쯤 아이가 또 일을 저질렀다. 회사에서 퇴근하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동네 우체국 직원이었는데 우리 아이가 우체통에 주소도 안 쓴 장난편지를 100통이나 넣는 바람에 바쁜 년 말 업무에 지장이 많다는 것이다. 서둘러 집으로 간 나는 아이를 불러놓고 다시는 들지 않으려던 매를 들었다. 아이는 이번에도 잘못했다는 소리만 했다. 난 아이를 한 쪽 구석에 밀쳐 놓고 우체국에 가서 편지 뭉치를 받아 왔다. 그 뭉치를 아이 앞에 던지며 도대체 왜 이런 장난을 쳤느냐고 소리를 쳤다. 그러자 아이는 울먹이는 소리로 대답했다. 엄마에게 편지를 보낸 거예요.. 나는 그 순간 울컥하며 눈시울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이가 바로 앞에 있는 터라 나는 아이에게 티내지 않고 다시 물었다. 그럼 왜 이렇게 많은 편지를 한꺼번에 보냈냐.. 그러자 아이는 우체통의 구멍이 높아서 키가 닿지 않았는데, 요즘 다시 서보니 우체통 입구에 손이 닿기에 여태까지 써왔던 편지를 한꺼번에 넣은 것이라고 했다. 난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잠시 후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하늘에 계시니까 다음부터는 편지를 태워서 하늘로 올려 보내라... 아이가 잠든 후 나는 밖으로 나와 그 편지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아이가 엄마한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편지 몇 개를 읽었다. 그 중의 하나가 내 마음을 또 흔든다. 보고싶은 엄마에게. 오늘 유치원에서 재롱잔치를 했어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가 엄마 생각날까봐 아빠한테는 얘기 안 했어. 아빠가 날 찾으려고 막 돌아다녔는데 난 일부러 아빠 보는 앞에서 재미있게 놀았어. 아빠가 야단쳤지만 난 얘기 안 했어. 엄마, 난 아빠가 매일 엄마 생각나서 우는 거 본다. 아빠도 나만큼 엄마가 보고 싶은가 봐. 근데 나 요즘 엄마 얼굴이 잘 생각 안나... 내 꿈에 한 번만 엄마 얼굴 보여줘, 응? 보고싶은 사람의 사진을 손에 쥐고 자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대. 그래서 나 매일 엄마 사진 안고 자. 그런데 왜 엄마 안 나타나, 응? 그 편지를 읽고 나는 또 엉엉 울었다. 도대체 아내의 빈자리는 언제 채워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