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예배찬양콘티(23040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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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백 | 작성일 23/03/29 (21:28) | 조회수 813 |
금주(2023년 4월 2일)의 찬양콘티를 올립니다.
주의 보좌로 나아갈 때에(F major)
주의 손에 나의 손을 포개고(G major)
무엇이 변치 않아(A major)
갈보리 산 위에(Bb major)
사도신경
기뻐하며 찬송하세(F major)
몇 주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서울 출장을 가려고 대전역에서 KTX 열차에 탔습니다. 열차의 칸과 자리를 확인하고 자리를 찾아 갔더니, 다른 사람이 제 좌석에 앉아 있는 것입니다. 분명 창가의 자리가 제 좌석이 맞는 데, 사람이 앉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냥 복도 쪽의 좌석에 앉았습니다. 어차피 1시간 정도면 서울에 도착이고, 오히려 복도 쪽 좌석이 편하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열차가 출발하고 조금 있으니 열차 승무원이 와서 기차표를 보여 달라는 것입니다. 요즈음에는 역에서의 차표를 검사(?)하는 개찰도 열차 안에서 차표를 검사하는 것도 사라진지 오래 되었는데 좀 의아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내 좌석에 앉지 못한 것을 승무원이 어떻게 알았지 하며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모바일 티켓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내 좌석에 사람이 앉아 있어서 그냥 여기 앉았노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승무원이 한참 기차표를 쳐다보더니 기차를 잘못 탔다는 것입니다. 아니 분명히 칸과 좌석을 확인했는데... 알고 보니 제 타야할 기차는 10분 전에 출발한 기차였습니다. 사실은 기차 시간보다 20분 정도 여유 있게 도착해서 대합실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기차를 탔는데... 제가 타야할 기차는 그냥 보내고 엉뚱한 기차를 탄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무임승차를 한 셈이 되었습니다. 열차표를 다시 끊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제 자리라고 생각했던 옆자리에 앉아 있는 그 분도 자신의 자리에 제대로 앉아 있었던 것이고, 제가 앉은 자리는 천안에서 타는 사람의 자린데 누군가가 앉아 있으니 승무원이 차표를 확인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승무원이 그냥 천안까지 앉아 가시고 천안에서 자리를 비켜주라고 하면서 차표를 다시 끊을 필요 없이 그냥 가라고 용서(?)해 주었습니다. 감사 감사 ^^:;
사실 이런 사단이 생긴 데는 제가 평소에 안하던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열차를 타러 가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기차를 타러 가면 열차표를 기차를 타기까지 수도 없이 꺼내 보는 것입니다. 시간 확인하고 열차 확인 하고 자리 확인하고... 아니 그 열차 시간과 열차 번호 좌석 번호 해 봐야 몇 개 되지도 않는데 그걸 한 번에 못 외워서 몇 번씩 꺼내 보는 것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에 외워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외웠다고 생각했던 것이 몇 호 차인지 어느 좌석인지는 외웠는데, 정작 중요한 열차 시간은 잘못 기억한 것입니다. 적당히 외워놓고 비슷한 시간대에 다른 기차를 제가 탈 기차로 착각했던 것입니다. 괜한 객기(?) 부리다가 단단히 낭패를 볼 뻔 한 것입니다.
그리고 몇 주 후에 아침 일찍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 출장을 가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SRT를 타고 갈까, 고속버스를 타고 갈까 저울질을 하다가 SRT 기차표를 구할 수 없어서 결국 유성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앱으로 버스표를 예매하였습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유성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 했습니다. 시간이 되어서 버스에 승차를 하려고 모바일 티켓을 핸드폰에 띄우고 버스에 승차했습니다. 요즈음은 버스 운전석 옆에 QR 코드 리더기가 있어서 티켓의 QR코드를 갖다 대면 음성으로 몇 번 좌석이라고 안내를 해주면서 승차 확인을 합니다. 그런데 티켓을 갖다 대니 티켓을 다시 확인하라는 음성 안내가 나오는 것입니다. 어.. 일단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뒤로 물러났습니다. 아무리 봐도 차 시간과 고속버스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다시 버스를 타려고 다가가다 보니 티켓의 QR 코드가 위치에 따라 인식을 잘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 확인이 되었습니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버스에 타려는 순간, 제 앞에 타는 사람의 좌석이 제 좌석 번호와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제 좌석 번호를 안내하는 음성이 들리는 것입니다. 아니 어떻게 좌석을 중복해서 팔았지... 하고 다시 한 번 티켓을 쳐다보니, 아뿔싸 제가 갖고 있는 버스표는 같은 시간에 서울에서 유성으로 오는 버스표인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ㅠㅠ 버스표를 상행이 아니라 하행을 끊은 것입니다. 순간 참으로 난감 했습니다. 그 버스가 아직은 출발 전이지만 이미 버스표는 매진된 상황이라 그 버스를 탈 방법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30분 뒤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약속했던 미팅에 딱 5분 전에 도착해서 무사히 일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 감사^^:;
제 평생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한 적은 제 기억으로는 없었습니다. 그것도 짧은 기간 내에 두 번씩이나... 그런데 모든 발단은 제가 저를 너무 과신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제게 생기는 변화를 인정해야 하는데, 괜한 고집과 객기를 부리다 이런 사단이 생긴 것입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그 상황이 적절히 수습되어서 아주 낭패를 보는 일까지 가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세월의 변화에 따라 찾아오는 변화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괜찮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찾아오는 노화현상도 심지어 죽음조차도 자신은 비껴갈 것처럼 살아갑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최대한 젊게 건강하게 살도록 노력해야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때를 따라 찾아오는 그런 변화를 받아드리고 적응해 가는 것이 지혜로운 자세일 것입니다.
세월의 흐름은 자신을 과신하던 허세를 내려놓고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이에 걸맞은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조금 더 지혜로운 방법을 터득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세월은 그저 나이든 사람이 아니라 진정한 어른이 되게 하기도 합니다. 세월에 따라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잘 익어가고 싶습니다. 믿음의 깊이와 넓이도, 사람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도, 상황과 문제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도, 삶의 의미와 자세도 참 어른답게 그렇게 잘 익어가길 원합니다.